무제한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로 자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산시장에 투자하려는 분들은 버블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중에서도 암호화폐 시장을 튤립 버블에 빗대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과연 이 튤립버블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버블의 특징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장에 버블이 형성되는 이유
먼저 튤립버블을 설명하기 전에 버블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버블이란 실제 자산이 가진 실질적인 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경우를 뜻합니다.
암탉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마당에서 암탉을 기르고 있다면 이 암탉의 가치는 얼마일까요? 암탉이 낳을 수 있는 달걀, 그리고 암탉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고기에서 암탉을 사육할 때 드는 비용을 뺀 것이겠죠. 그런데 어느 날 암탉이 황금알을 낳는다는 소문이 돕니다. 소문을 들은 마을 주민은 암탉을 원래 가치보다 2배 비싸게 암탉을 삽니다. 그리고 다른 마을 주민이 그 암탉을 원래 가치보다 3배 비싸게 삽니다. 이렇게 가격이 실질 가치보다 급상승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버블입니다.
이러한 버블은 자산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크고 작게 생겨왔습니다. 그중에서도 튤립버블은 17세기 가장 유명한 버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튤립 버블 알아보기
17세기 당시에 네덜란드는 그야말로 황금 시대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1568년 네덜란드를 지배했던 강력한 제국 스페인을 향해 독립 전쟁을 일으켰고, 1648년 공식적으로 독립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지배를 벗어난 네덜란드는 수도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금융 대국이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유태인들이 암스테르담으로 들어와서 금융업을 발전시켰습니다.
1609년, 암스테르담에는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설립되었으며 이후에는 네덜란드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유럽의 금융 핵심지가 되었습니다. 원래 튤립이 네덜란드에서 난 것이 아닌 것 알고 있으셨나요? 1550년대 무렵 오스만 제국으로 부터 네덜란드로 튤립이 수입되었다고 합니다. 이 무렵부터 네덜란드에 튤립이 들어와 많은 사람들로부터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네덜란드는 금융업이 발달하면서 시장에 풍부한 자본이 흘렀습니다. 튤립은 재배하기 쉽지 않았는데요, 씨앗으로 키우는데 5-6년정도 소요되고 뿌리 재배는 그보다 짧아서 뿌리가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공급이 적었기에 처음부터 상당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원예전문가가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독자적으로 예쁜 모양의 튤립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식물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튤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희귀하고 예쁜 품종일수록 매우 고가에 거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튤립마다 황제, 총독, 제독, 장군이라는 등급을 매겨서 가격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특히 보라색이나 흰색 줄무늬 꽃잎의 튤립은 '영원한 황제'라는 뜻의 '센페이 아우구스투스'라고 불렸는데요. 이 튤립의 뿌리는 3000길더에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이 3000길더는 돼지 8마리나 황소 4마리와 맞먹는 금액이었으며, 저소득층 1년 연봉과 맞먹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돈이 되는 희귀한 변종 튤립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잘만 키우면 엄청나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죠. 네덜란드 전체에서 튤립뿌리 확보에 경쟁이 붙었습니다. 시장이 점점 커지자 튤립이 피지 않는 겨울에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선물거래제도가 생겼습니다.
현물, 즉 실제 튤립의 뿌리가 아니라 미리 약속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선술집에서 어음에 사인을 해서 거래를 했습니다. '돈을 받으면 그때 뿌리를 주겠다'라는 식의 어음을 써서 건넨 것이죠. 튤립으로 일확천금을 벌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당장 돈이 없어도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네덜란드의 노동자, 장인, 농민들도 참여했습니다.
1636년 내내 오르던 튤립뿌리의 가격 상승세는 1637년 1월에 절정에 달했는데요. 하루 사이에 가격이 2배 - 3배가 올랐다고 하니 대단했죠. 튤립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고, '튤립 불패 신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던 땅과 집 등을 팔아서라도 튤립을 마구 사들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637년 2월 튤립의 가격이 미친 듯이 폭락하기 시작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튤립을 재배하다 보니 튤립의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상황이 된 것이죠. 그리고 갑작스럽게 시장에서는 튤립을 사겠다는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튤립의 실질적 가치와 가격에 괴리를 느끼고 튤립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불과 4개월 사이에 튤립 가격은 95% 이상 폭락했습니다. 빚을 갚을 수 없는 채무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채권자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들 사이에 끊임없는 소송이 일어났습니다. 네덜란드 전체는 혼란에 빠졌고 마침내 네덜란드 정부가 조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는 이전의 계약은 모두 무효로 하고, 선물 거래액의 3.5%만 지급하는 조건으로 채권 채무를 정리하도록 하였습니다. 만약에 제가 1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튤립을 팔았다면 35만원만 받게 된 것이죠.
튤립 버블 사건은 근대 유럽의 3대 버블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후에 튤립 버블이라는 용어는 거대한 자산 가격이 실질 가치를 크게 벗어나서 형성하는 것을 비유하는 데 사용됩니다.